본문 바로가기
글귀/article

90년대 고급 가요 군단에 대한 혐오감

by noir_ 2016. 9. 4.

-출처: 사케르-


90년대 고급 가요 군단에 대한 혐오감 2015.7.29

저는 솔직히 며칠간 사케르에서 논란이 되었던 로컬 음악 씬의 저질스러움에는 이 90년대 고급 가요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책임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승환, 유희열, 윤종신, 이적 등(정재형같이 십몇년간 변변한 음악활동도 안한 이도 껴줘야 하는지 모르겠군요)의 서로 친분있는 자칭 싱어송라이터 군단을 싫어합니다. 이 부류는 90년대를 끝으로 김영만아저씨와 함께 우리의 추억속으로 사라졌어야 할 부류라고 봅니다

이 사람들의 위상은 2000년대 중반 예능 늦둥이 캐릭터로 기사회생한 윤종신을 시작으로 TV 예능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오히려 이들의 전성기인 90년대보다 높아졌습니다. 90년대에는 차트 변두리에서 "끼리끼리 모여라" 식의 매니아 팬층을 가졌던 이들이 각종 옛 음악 찾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90년대 고급 음악의 산증인으로 출연하면서 오히려 한국 대중음악의 대부라도 된 느낌이더군요. 아마 이대로 가면 10년정도 후엔 이적이 한국의 로드 스튜어트 뭐 이런 대접을 받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몇주 전 무한도전을 보면서 이것저것 비벼놓은 개밥 꿀꿀이죽 같은 혁오의 음악보다 더 역겨웠던 건
유희열, 윤종신, 이적의 "장르를 알수없는 신기한 음악... 상수동과 경리단길에서 유행을 놓치지 않고 싶다면 이 밴드는 꼭 들으셔야 합니다. 음악좀 아는 이들이 찾아듣는 뮤지션" 등등의 수식어로 설명하며 폼잡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대중음악 대부로 통하는 사람들이 지난 십몇년간 음악적으로 한 게 무엇입니까? 저는 이들의 어떠한 음악적인 시도 비슷한 것은 대규모 자본 사운드 돈질이 결국 참패로 이어진 이승환의 2001년 "EGG"로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엔 애초에 그리 대단할 것 없었던 자신의 옛날 음악을 복제하며 근근히 커리어만 이어오고 있습니다. 혁오나 프라이머리, 크러쉬같이 요즘 외국 음악에서 과도한 레퍼런스 의심이 가는 음악이 나오는 것이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내놓는 음악은 무성의 그 자체이고, 어디서 빼끼지도 새로 창작을 하지도 않은 그냥 뚱땅거림, 아저씨의 술먹고 노래방 2차 같은 느낌밖에는 없습니다. 그음악이라도 새로 나오는 날에는 "몇년만의 귀환... 웰메이드 가요 음원차트 점령" 이런 언플을 하거나 트위터로 서로 역시 XXX의 음악은 할말이 없군 이런 칭찬이나 해주고 있죠

사실 따지고 보면 윤종신 같은 경우엔 음악적인 어떤 오리지널리티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가수였습니다. 음악 형식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90년대 오래전그날-환생-배웅-애니 같은 곡만큼 20대 후반-30대 초반의 변변치 못한 우리나라 소심남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사람이 있었을까요? 40대 중반의 애까지 여러명 있는 한국의 가장에게 번번히 사랑에 실패하던 30대 노총각의 감정을 담아내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 것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예능으로 먹고살만해지고 자기 회사도 차리고 나서 월간 윤종신으로 내놓는 음악은 웃기지도 않습니다. 혁오의 레퍼런스만도 못한 어디서 베꼈다고 말하기도 민망한 수준의 청국장(소도에서 쓰는 표현...) 에 외국에서 유행하지도 않는 각종 이지 리스닝 장르를 혼합하며 매달 쓰레기를 배출하는 모습을 보면 머리 쥐어짜지 말고 차라리 그냥 푹 쉬라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사실 이 월간 윤종신이라는게 지금에 와서는 윤종신의 어떤 음악적인 욕심 같은것 보다도 매달 쉬지 않는다는 상징성과 본인의 한국 대중음악 대부로서의 위치를 지키기 위한 어떤 의무방어전 같은게 아닐까 짐작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지속적인 아이유 내편 만들기, 아이유 삼촌 되어주기도 역겹습니다
이 모습을 보며 저는 90년대 말, 2000년대 초의 이소은, 이가희를 떠올렸습니다.
이소은의 1집 앨범에 수록된 이승환, 이적, 윤상이 참여한 that's entertainment 가사를 보죠

나 항상 갖고 싶던 노래 내 노래를 부르고 있어
너무나 좋아하는 오빠들도 보고 예쁜 옷도 입고 무대에 서서
그래 네 주위 모든 사람들이 너를 흠모하게 될 거야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어 매일 달콤한 꿈속이야
정말요 좀 떨리기는 해도 나 잘할께요 누구보다도 더 멋있게요
이제야 내 차례가 왔죠 이 꿈을 위해 지금껏 설레었는 걸
조금은 들떠있는 너의 그 얼굴이 좋아 보이긴 해도 걱정돼.

지금의 아이유 경력(이 사람이 지금 데뷔한지 8년 되었던가요?)보다 그리 길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90년대에 이런 노래를 만든 것도 웃기지만, 기본적으로 이런 태도가 2015년에 40대 중반이 되어서도 바뀐것 같지 않아요 .
뭘 그렇게 대단하다고 뮤지션이라고 아이유를 띄워줍니까? 뭘 자기들 욕심을 내겠다고 앨범 전체를 자기들의 고갈된 창작력으로 한곡씩 채워넣고 고급 가요인체를 합니까?

사실 이들이 그토록 아끼는 조카 뮤지션이라 칭찬하는 아이유의 음악이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 이 사람의 자작곡인 "금요일에 만나요" "마음" 같은 걸 들어보면 본인 스스로 그렇게 욕심 내지도 않고, 기초적인 코드 진행 속에서 자신이 할수 있는 정도만 하려고 하죠.. 아니 오히려 이런 단순한 곡으로도 이정도 감정 표현을 할 수 있다는게 잘 한다고 봐야겠습니다.
그런데 이 윤종신 패거리의 90년대에 이미 자신들이 아이돌 비슷하게 애지중지 하던 이소은, 이가희를 보듯 아이유를 "고급 가요군단 예쁜이" 로 만들려는 것 같은 행보를 보니 중년 개저씨의 어린 여자를 향한 이룰수 없는 욕망같은 홍상수적 느낌도 나고 아무튼 그렇습니다.
다행인건 이소은, 이가희와 달리 아이유는 이 사람들이 데뷔시킨 가수도 아니고 이사람들이랑 비즈니스 적으로 엮인 것도 없다는 거죠

이적, 유희열, 윤상 같은 사람들이 2010년대가 되었다고 내놓는 것들을 보면 자기가 듣고 보고 하는게 이정도밖에 안되는 사람들이니 혁오같은 잡탕 섞기에도 열광할 수 밖에 없구나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 딴따라들이 잘난체하며 띄워주는 모습을 보고 미디어 하이프가 되는 현상도 웃긴 거지만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