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귀/lit

이토록 유약하고 아름다운 거짓, 구현우

by noir_ 2018. 11. 15.

   가깝고 옅은 물결과 멀고 짙은 파도가 마주한 자리에서 불투명한 거품이 난다. 그 거품에 잡아먹히는 새가 있다. 연신 깨끗해지는 유리병이 거기에 있다.

 

   알고 싶지 않은 마음이 기어이 방파제를 넘어서 온다. 발끝이 젖는다. 섬에 있으면 섬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멀어지지 말아요.

 

   당신에게 들리도록 혼잣말을 한다. 물결에는 영원이 있다. 그 물결에 익사하는 어류가 있다. 젖은 발이 마르기엔 이른 시간이다. 그런 우울은 증상이 아니라 일상이어서 많은 결심이 자정을 넘기지 못한다.

 

   유리병이 깨진다면 대부분 아래로 가라앉을 것 조각의 일부는 해안으로 밀려올 것 그 때문에 아무도 다치지 않는다면 빛에 반짝인다면 보기만 해서는

 

   다만 아름다운 해변이라면

 

   겨울에 더 많은 관광객이 찾을지도 모른다. 슬픔의 성분 중 하나는 상실이지만 상실에 앞서 슬픔은 찾아온다. 물의 색이 변한다. 잘못되기도 전에 스스로 망가지는 성을 본다. 평화로운 한때가 지나간다.

'글귀 > lit'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연, 좌표평면의 사랑  (0) 2018.11.15
구현우, 새벽 네 시  (0) 2018.11.15
불면, 유희경  (0) 2018.11.15
함성호, 낙화유수  (0) 2018.11.15
그대라는 문법, 한정원  (0) 2018.11.1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