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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귀/lit

구현우, 새벽 네 시

by noir_ 2018. 11. 15.

새벽 네 시에 맞춰 슬픔을 조율하다가 과거의 너를 발설한다 서울의 우울, 우울은 서울

 

 남부지방에는 비가 온다는데 이곳에는 눈이 내린다

 

  어제는 너에 대한 미움으로 잠을 설쳤고

  오늘은

  누구에게든

  미워하는 마음을 먹지 않으려다

  밤을 샌다

 

  오후 네 시에도 새벽 네 시의 감정이 이어진다 고전에는 시차가 없다고 내가 그랬던가 매혹적인 서사는 과거형에 불과하다고 네가 말했던가

 

  아이슬란드는 여름이고 서울은 겨울인데 같은 온도로 바람이 분다

 

  세상에서 제일 마주치기 싫었던 네가

  하필이면 우주에서 

  가장 듣고 싶은 말을 해주었을 때

  얼룩진 거울 속 나는

  표정이 슬픈 것인지 표면이 무너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쳇 베이커를 좋아한다는 걸 알면서 재즈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않던 낭만

 

  내가 아는 서울에 네가 산다

  네가 모르는 서울에 내가 산다

 

  모퉁이를 돌아 골목에 닿아

 

  어디에서든 다시 마주치게 될까

 

  기다리거나 지나칠 뿐 새벽 네 시는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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