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귀/lit

허연, 좌표평면의 사랑

by noir_ 2018. 11. 15.

 (좌표평면 같은 아일랜드의 보도블록 위를 노면전차가 지나가고 있었다. 이백 년쯤 된 마찰음이 빈속을 긁고 자본주의는 싸구려 박하사탕을 빨고 있었다.)

 

  사랑은 언제나 숫자를 믿어왔다.

 

  사랑은 노래가 아니라 그래프다. 환각의 정도를 나타내는 그래프. 두 명의 상댓값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 보여주는 그래프. 머릿속에는 수식이 흐르지만 그래프에서는 눈물이 흐른다. 좌표평면 위의 사랑.

 

  힘들게 찾아온 사랑이라고 힘들게 가라는 법은 없다. 아무리 어렵게 온 사랑도 그래프 위에선 명료하다. 정점에 선 순간 소실점까지 내리꽂는 자멸

 

  좌표평면에선 언젠가는 모두가 떠나고 새 판이 그려진다. 소중한 것을 너무나 빨리 내려놓는 재주. 이곳의 미덕이다. 계절풍이 불었다

'글귀 > lit'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현우, 드라이플라워  (0) 2018.11.15
백은선, 사랑의 역사  (0) 2018.11.15
구현우, 새벽 네 시  (0) 2018.11.15
이토록 유약하고 아름다운 거짓, 구현우  (0) 2018.11.15
불면, 유희경  (0) 2018.11.1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