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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귀/lit

이현호, 성탄목

by noir_ 2020. 10. 9.

그 겨울
살풋 맞잡은 손안엔
별이 살았다

우리는 하나의 소실점으로 멀어지는 세모꼴의 찻길을 육교 위에서 내려다보았다 헐벗은 가로수 나뭇가지들 사이로
어둠살에 갇힌 차량의 불빛들 반짝이고 희미한 바람에 실려 공중을 떠돌던 마른 눈송이들이 그 조감도를 맴돌 때

언젠가 저렇게 큰 크리스마스트리를 갖고 싶어

깍지 낀 손안의 별은 지구에서 가장 환한 성냥불 그 빛가로 애인의 머리가 함박눈같이 내려앉았다 우리는 서로의 맘속에
이 별이 다녀갈만큼 큰 굴뚝을 지어주었다 꼬마전구들을 별무리처럼 휘감은 겨울나무가 계절을 잊고 이른 꽃순을 피워올렸다

그것뿐이었던
그 겨울
너에게



이현호, 성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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