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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귀/lit

최백규,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

by noir_ 2020. 10. 9.

나를 번역할 수 있다면 뜨거운 여름일 것이다

꽃가지 꺾어 창백한 입술에 수분하면 교실을 뒤덮는 꽃
꺼지라며 뺨 때리고 미안하다며 멀리 계절을 던질 때
외로운 날씨 위로 떨어져 지금껏 펑펑 우는 나무들
천천히 지구가 돌고 오늘은 이곳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단 한 번 사랑한 적 있지만 다시는 없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과 너의 종교와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몇 평의 바닷가와 마지막 축제를 되감을 때마다
나는 모든 것에게 거리를 느끼기 시작한다

누군가 학교에 불이 났다고 외칠 땐 벤치에 앉아 손을 잡고 있었다
운명이 정말 예뻐서 서로의 벚꽃을 떨어뜨린다

저물어가는 여름밤이자 안녕이었다, 울지 않을 것이다



최백규,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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