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을 감아도 햇빛은 가득하다. 너는 순도 낮은 네 잠을 감시하며 꿈속의 거리가 펼쳐지기를 기다린다. 한낮의 반대편은 자정이다. 자정과 정오가 바뀌듯 너의 몸은 조금씩 사라진다. 우리는 저마다의 겹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우리는 저마다의 거리를 간직하고 있었을 뿐이다. 풀밭 위로 검은 그림자가 흘러간다. 어떤 시간이 어떤 얼굴을 데려온다. 다시 수요일이 온다.
/이제니, 수요일의 속도
'글귀 > li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끝별, 끝없는 이야기 (0) | 2020.10.09 |
---|---|
이현호, 새로 쓰는 서정시 (0) | 2020.10.08 |
황경신, 나는 토끼처럼 귀를 기울이고 당신을 들었다 (0) | 2020.09.30 |
신경숙, 아름다운 그늘 (0) | 2020.09.30 |
심보선, 오늘은 잘 모르겠어 (0) | 2020.09.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