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귀/lit

이현호, 봉쇄수도원

by noir_ 2020. 11. 23.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장을 쓸 수 있지만 완벽을 위해 그 문장을 남기지 않는다

 

술 취한 천사에겐 천사의 몫을

오래 굶은 귀신에겐 고수레를

까마귀와 까치에겐 그들의 밥을

 

우리는 우리의 사랑을 남겨두었다 그 사랑이 아름답지 않았다면 우린 이별하지 않았을 테지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아름다운 삶은 아름다운 너에게

 

지난 것이 만날 것을 버린 것이 남은 것을 생활하니까

미문(美文)은 미문(未聞)의 사용흔이니까

모든 문을 여는 열쇠공도 돌아갈 집은 하나뿐이니까

 

단 하나 미문(美門)의 열쇠를 만지작거리며

그는 침묵으로 돌아눕는다, 우리는 처음의 사랑을 버린다

 

아름다움은 그렇게 살아남았다

'글귀 > li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완호, 황홀한 저녁  (0) 2020.11.23
진은영, 청혼  (0) 2020.11.23
최승자, 내 청춘의 영원한  (0) 2020.11.03
이제니. 나선의 감각-공작의 빛  (0) 2020.10.09
박지혜, 초록의 검은 비  (0) 2020.10.0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