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되게 그리워지는 저녁이다
어둠이 밀려오는 속도를 따라
너의 자리가 조금씩 흐릿해진다
잔고를 다 털어낸 은행 너머
두 줄기 연기가 꽈배기를 틀고 있다
서녘을 물들이는 건 노을만은 아니었음을,
12월 저녁을 지나는 새들은
제 이름을 모르는 이에게도
쓸쓸하게 빛나는 음악을 남긴다
저들이 가는 쪽이 네가 있는 곳이다
가으내 번민하던 나뭇가지가 가리키는 곳,
갑자기 바람이 세어지고
나무들이 일제히 한쪽으로 쏠리기 시작한다
그쪽 어디엔가 네가 서 있는 까닭이리라
무슨 소리가 들려온 것 같아
나도 모르게 고개가 젖혀진다
곧 세상이 다 어두워지고
서로의 이목구비를 알아볼 수 없게 되면
형형색색의 눈을 치켜뜨고
네가 사방에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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