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형 꼬리를 가진 행성이 궤도를 이탈한다
별하나
희미한 낮달과
구르다 멈춘 구슬
너의 빛나는 눈동자와
외투에 달린 둥근 단추의 초점을 따라간다
너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지상에서의 마지막 북극성이 이루어지고
가로등은 꺼진 직후의 어둠 속에서 새벽을 불러온다
목이 긴 장화 속
자궁보다 컴컴한 곳에서
어느 한 순간이 더듬거리며 빛나고 있다
나의 항성
너를 둘러싼 나이 성단이 회전한다
블랙홀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내가 읽을 수 있는 언어는 나무들의 것이라서
하늘을 향해 다가갈 뿐
흙을 조금 더 움켜쥘 뿐
침묵보다 슬픈 너의 눈빛으로만 나를 기록한다
네가 나를 읽는 동안 말 없이 외로워지기로 한다
스스로 빛을 내지 않는 방황
흔들림으로 반짝이고 마는 고독이
겨울 별자리의 오리온인 듯 다가온다
둥근 자전이 시작된다
'글귀 > li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훤, 반복재생 (0) | 2021.01.14 |
---|---|
윤애라, 첫사랑 (0) | 2020.11.23 |
박완호, 황홀한 저녁 (0) | 2020.11.23 |
진은영, 청혼 (0) | 2020.11.23 |
이현호, 봉쇄수도원 (0) | 2020.11.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