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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귀/lit

최영미, 너를 잃고

by noir_ 2015. 9. 30.

너를 잃고, 최영미

 

 

 

너를 잃고 나는 걸었다

 

휴지조각처럼 구겨진 가랑잎들만 발에 채이고

살아있는 싱싱한 풀잎 한장 내 마음 받아주지 않네

 

바람 한자락 시린 내 뺨 비껴가지 않네

다정했던 그 밤들을 어디에 파묻어야 하나

어긋났던 그 낮들을 마음의 어느 골짜기에 숨겨야 하나

 

아무도 위로해줄 수 없는 저녁

너를 잃고 나는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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