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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귀/lit

이현호, 13월의 예감

by noir_ 2017. 1. 1.

...

 

 

한 장의 밤을 지우개의 맘으로 밀며 가는 내가 있다

너의 비문들을 나에게 다오

네게 꼭 맞는 수식을 붙이기 위해 괄호의 공장을 불태웠지만

어디에서 살아서는 깃들 수 없는 마음

네 앞에서 내가 선해지는 이유

애무만으로 치유되지 않는 아픔이 산다는 게 싫지 않았다

나를 스친 바람들에게 일일이 이름표를 달아주었지

 

너에게 골몰하는 병으로 혀끝이 화하다

조용히 미쳐가고 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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